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 보조댐에서 갑자기 엄청난 양의 물이 아랫마을로 쏟아지는 바람에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 언론과 SK건설이 보조댐 상황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사망자 19명, 실종자도 수십명…건기까지 보수공사 난망
라오스 현지 매체 베인티안 타임스에 따르면, 라오스 남동부 아타포주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붕괴로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3000명이 추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 이재민 6000여 명 중 절반 가량이 구조됐다. 실종자는 49명으로 추정됐다.
현지 집중호우로 인해 구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라오스 전문 지질학 교수인 이안 배르드는 "수위가 하락하고 있고 댐이 보유하던 물이 다 방류됐다"며 "이번 보조댐 붕괴가 다른 댐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오스는 5월부터 우기가 시작돼 하루 최대 450㎜, 최근 1~2주간 1000㎜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 때문에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건기까지 보수공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라오스 기상청은 추가 폭우를 예보하며 피해지역 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SK건설은 안재현 사장 등을 현지로 파견해 실태 파악에 나섰고, 라오스 정부와 공조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보조댐 '유실'이냐 '붕괴'냐… 사고 이틀 전 중앙부 침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SK건설은 주댐 2개 외에 물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보조댐 5개 중 하나의 상부가 집중호우로 유실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서부발전이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인 20일 이미 해당 보조댐의 중앙부에 11㎝ 크기의 침하가 발생했다. 이후 22일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해 복구장비를 수배했고 23일 오전 11시 댐 상단부 1m 침하가 발생, 주 정부에 대피안내 협조를 요청했다.
당일 오후 2시 30분 보수장비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댐의 침하 조짐이 보여 대기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소량의 물이 넘쳐 흐르면서 댐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게 한국서부발전 설명이다. 이후 5억t의 물이 방류되면서 6개의 마을이 피해를 입었다.
한국서부발전 측은 "잦은 강우와 급속한 담수량 증가로 보조댐 부근의 수압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더 구체적 원인은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책임 소재를 논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 자연재해냐 부실시공이냐… 정부도 구호대책 직접 마련
댐 공사를 예정보다 4개월 앞당기면서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붕괴원인이 자연재해냐 부실시공이냐에 따라 SK건설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의 규모도 달라진다.
우리 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엔 빨간불이 켜졌다. 수습 상황에 따라 외교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국무조정실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열고 긴급구호대를 구성, 선발대 7명을 26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한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볼라벤 고원을 통과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본댐 2개(세피안·세남노이 댐)와 보조댐 5개, 발전소(410MW급) 등을 건설하는 약 10억달러(1조 13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과 태국 라차부리, 라오스 LHSE사와 합작회사 PNPC를 설립해 2012년 수주했다.